영화·TV가 AI를 동료로 끌어안는 사이, 또 다른 흐름은 AI 반란·의식 디지털화를 전면에 내세워 인간 존재론을 시험했다. 이번 편은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여섯 작품을 통해, ‘AI 위협’과 ‘업로드 인텔리전스(UI)’ 서사를 살펴본다.1. 《배틀스타 갈락티카 / Battlestar Galactica》 (2004‑2009)1-1. 작품 개요Syfy, 로널드 D. 무어 제작. 1978년 원작 리부트.자의식·다중 복제 능력을 지닌 사이론(Cylon)이 인류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자, 우주 방랑 전함 ‘갈락티카’ 함대가 살아남은 인류를 이끈다.1-2. AI 포인트기계형 → 생체형으로 진화한 사이론은 외형·감정·신앙까지 인간과 동일.“창조주 vs 피조물” 갈등을 전복적 종교 은유로 풀어, AI 철학 서사의..
왕가위(왕자웨이, Wong Kar-wai) 감독의 첫 TV 드라마 ‘번화’(繁花, Blossoms Shanghai)는 그의 독특한 영화적 미학과 감성을 TV 포맷으로 확장한 작품으로, 2023년 12월 27일 중국 CCTV-8과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첫 방송을 시작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199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30부작 시대극으로, 소설가 진위청(金宇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2012년 출간되어 중국 최고 문학상인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하에서 드라마 ‘번화’의 줄거리, 배경, 캐릭터, 연출 스타일, 반응 등 디테일한 요소를 정리해 소개한다. ✅ 기본 정보 제목: 《繁花》한국어 제목: 번화장르: 현대극, 도시, 상업, 로맨스방송 회차: 총 3..
A. 상하이와 황허루 ― ‘개혁개방의 쇼룸’상하이는 1978년 개혁개방 초기만 해도 외자 유치 속도가 더뎠다. 장강 삼각주 공업 벨트의 심장부라는 존재감 덕에 ‘언젠가는 폭발할 화약고’처럼 잠재력이 끓고 있었지만, 정작 80년대 중반까지는 인근 쑤저우·우시에 먼저 자본이 몰리는 역설을 겪었다. ‘특구보다 늦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 1987년 비공식 주식시장인 ‘상하이식증권교역소’가 문을 열었고, 이때부터 거리 곳곳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바·술집이 태동했다.90년대로 들어 변화 속도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1990년 상하이증권거래소(SSE)가 정식 개장하고, 같은 해 푸둥 신구 개발 계획이 전격 발표되면서 부동산·증권 투기 열풍이 도시에 불어 닥했다. ‘이중환율·이중금리’를 폐지하자는 논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