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작과 리메이크의 탄생 배경
중국 드라마 《이가인지명》(以家人之名, 2020)은 “피보다 진한 정(情)”을 내세워 46부에 걸쳐 삼 남매와 두 아버지의 성장기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후난TV 프라임타임 편성과 iQIYI 동시 공개라는 든든한 플랫폼 지원에 힘입어 첫 방송부터 소셜미디어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힐링 가족극’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24년 JTBC 수목극 《조립식 가족》(Family by Choice)은 원작의 문화적 정서를 한국 현실에 맞춰 각색했다. 러닝타임을 16부로 줄이고, 가족 구성과 학교·직장·군대 등 한국식 성장 서사를 교차 편집해 ‘압축과 현지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덕분에 방송 전부터 “원작 팬이라면 궁금할 수밖에 없는 리메이크”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2️⃣ 🇨🇳 중국 시청자가 본 ‘원작 훼손’ 논란
중국 커뮤니티에선 방영 직후부터 “캐릭터 성격이 바뀌었다”는 ‘원작 훼손’ 지적이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원작의 씩씩한 여주 ‘리젠젠(李尖尖)’이 한국판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로 등장하며 보호받는 이미지가 강조됐다. 또한 든든한 막내 ‘허쯔추(贺子秋)’가 한국판에선 유약한 감성 청년으로 재해석돼 ‘원작의 형제애 균형이 흔들린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럼에도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배우들이 구현한 세밀한 감정 표현과 시각미, 특히 겨울 바다 신과 OST에 대해 “정서적 밀도가 높다” “한류 감성의 장점을 잘 살렸다”고 호평했다. 즉, 캐릭터 변주에 대한 아쉬움과 연출·연기 호감이 공존하는 복합적 평가다.
3️⃣ 🇰🇷 한국 시청자가 느낀 압축 서사와 배우 케미
한국 시청자들은 원작 대비 ‘폭풍 전개’에 호불호가 갈렸다. 40여 회차를 16부로 줄인 덕분에 초반 몰입도는 높았지만, 몇몇 회차는 감정선이 충분히 무르익기 전에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 ‘정서적 여운이 짧다’는 피드백이 적지 않았다.
반면 황인엽·정채연·배현성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 그리고 두 아버지 역의 김상호·최무성의 조화를 높이 산 의견도 많다. 특히 JTBC 케이블 기준 최고 시청률 3.7 %는 동시간대 경쟁작이었던 스포츠 중계·예능을 고려하면 ‘중상위권 성적’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한국판은 “배우 호흡·연출 강점 vs. 서사 압축 약점”이라는 명확한 장단이 드러난 셈이다.
4️⃣ 🌏 글로벌 팬덤이 기록한 호감도 지표
해외 이용자가 모이는 Rakuten Viki에서는 두 작품 모두 9점대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원작 9.6, 리메이크 9.7로 오차 범위 내 박빙이다. IMDb에선 원작 8.4, 리메이크 8.0으로 원작이 소폭 우세하다.
팬 커뮤니티(레딧·Soompi 등)에서는 러닝타임 선호가 평가 갈림길이 됐다. ‘마음을 녹이는 성장극’을 찾는 시청자는 원작을 추천했고, ‘빠른 진행과 K‑드라마 특유의 감성’을 원하는 시청자는 리메이크를 선호했다. 특히 40부가 부담스러운 팬들에게 한국판 16부작은 ‘입문용 패스트트랙’으로 호평받았다.
5️⃣ 흥행 숫자 한눈에 보기
- 중국판: Douban 6.9 점, iQIYI 열도 차트 1위, 해외 스트리밍 Viki 9.6 · IMDb 8.4.
- 한국판: JTBC 최고 3.7 % (수도권 3.9 %), Viki 9.7 · IMDb 8.0.
이 수치들은 대륙·플랫폼·편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대규모 지상파·위성에 비하면 케이블 3 % 중후반은 무난한 성공 지표다.
6️⃣ 결론: 당신의 취향에 맞춘 ‘관람 가이드’
원작과 리메이크는 같은 뿌리에서 자랐지만, 문화적 토양과 편집 방식이 달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 가족 서사의 잔잔한 호흡과 인물 성장의 디테일을 즐기고 싶다면 《이가인지명》을 추천한다. 반대로 빠른 전개 속에서 청춘 배우의 감성과 한국적 정서가 버무려진 ‘라이트 버전’을 원한다면 《조립식 가족》이 어울린다.
결국 두 작품 모두 “혈연을 넘어선 선택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한다. 선택지는 시청자의 시간, 선호 장르, 감정 온도에 달려 있다. 두 가지 레시피를 모두 맛본 뒤, 당신의 마음에 더 오래 머무는 가족은 누구인지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