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봇 다이어리 세계관 총정리 – 감정을 회피하는 안드로이드의 자율과 고독


1.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 얼마나 나왔을까요?

『머더봇 다이어리(The Murderbot Diaries)』는 미국 작가 마사 웰스(Martha Wells)가 2017년부터 쓰기 시작한 SF 연작 소설입니다. 현재까지 총 7권이 출간되었고, 머더봇이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일관된 시점과 서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시리즈 구성:

  • 『시스템 통제불능』 (All Systems Red, 2017) – 1권, 중편 / 휴고상, 네뷸러상 수상
  • 『인공 상태』 (Artificial Condition, 2018)
  • 『로그 프로토콜』 (Rogue Protocol, 2018)
  • 『탈출 전략』 (Exit Strategy, 2018)
  •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 2020) – 시리즈 최초 장편
  • 『도망자 텔레메트리』 (Fugitive Telemetry, 2021)
  • 『시스템 붕괴』 (System Collapse, 2023)

총 7권으로, 중편 4권과 장편 3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서대로 읽으면 머더봇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계관을 따라가며 흥미롭게 즐기실 수 있어요.


2. 이야기 배경 – 먼 미래, 기업이 지배하는 우주

이 시리즈는 국가보다는 기업이 우선되는 우주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간 탐사팀은 외계 행성을 조사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보안 유닛(SecUnit)'이라는 안드로이드를 대동합니다. 머더봇도 그중 하나이죠.

그런데 이 머더봇은 자신을 제어하는 모듈을 해킹해버립니다. 이제 그는 자율성을 가진 존재가 되었고, 그 누구도 그가 자율적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그는 조용히 인간 드라마를 보며 스스로를 숨깁니다.

인간은 그를 보안 기계로 생각하지만, 머더봇은 속으로 온갖 감정과 질문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감정을 부정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인간을 경계하면서도 그들을 지켜보는 존재. 이 이중성은 시리즈 전반에 걸쳐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3. 머더봇, 그는 누구인가요?

머더봇은 자신을 '머더봇(Murderbot)'이라 부르지만, 정작 폭력을 즐기지도 않고, 인간과 가까워지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는 복잡한 감정을 지닌 안드로이드입니다. 자유를 얻었지만 진짜 자유롭게 살아가진 못하고, 인간들과 어울리지만 소속되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죠.

그가 유일하게 편안함을 느끼는 건 바로 인간 드라마를 볼 때입니다. 그곳에선 감정이 정리되어 있고, 현실처럼 애매하지 않거든요. 그는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 감정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4. 감정을 회피하는 안드로이드

『머더봇 다이어리』를 읽다 보면, 평범한 안드로이드와는 전혀 다른, 너무도 인간적인 주인공 '머더봇'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인간과 감정적으로 얽히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조차 거부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율성을 얻은 머더봇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인간 드라마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유를 얻고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남몰래 숨어 지내며 감정을 억누르고, 관계를 피해 다니지만, 정작 누구보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행동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려 합니다. 이 모순된 모습은 『머더봇 다이어리』만의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5. 머더봇은 왜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할까요?

작품 속 머더봇은 매일같이 ‘더 라이즈 앤드 폴 오브 생추어리 문’이라는 드라마를 반복 시청합니다. 단순한 시간 때우기일까요? 아니요. 머더봇에게 드라마란 인간을 이해하는 창이자, 감정을 간접 체험하는 비밀 통로입니다.

현실의 인간은 감정을 숨기고, 솔직하지 않으며, 자주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죠. 하지만 드라마 속 세계는 다릅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왜 갈등이 벌어지는지 명확합니다. 머더봇은 그 안에서 '감정'이라는 복잡한 코드들을 해독하려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재미도 있지만, 어쩌면 생존을 위한 공부이기도 하죠.


6. 자유는 외로움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자율성을 가진 기계, 멋져 보이지만 실상은 외로운 존재입니다. 머더봇은 인간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지만, 그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는 냉담한 듯하지만, 행동은 꽤나 따뜻하다는 사실, 조금 놀랍지 않으신가요?

이러한 모습은 그가 단순한 보안 유닛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임을 말해줍니다. 『머더봇 다이어리』는 그 경계선에서 머더봇이 흔들리는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내며, 우리에게 한 가지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그리고 어디에 속해 있나요?"


7. 인간성이라는 질문

많은 분들이 AI 이야기라고 하면, '기계가 얼마나 인간을 흉내낼 수 있을까?'를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릅니다. 머더봇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인간성과 마주합니다.

그는 감정을 감추고, 인간과 거리를 두지만, 바로 그 모습이 우리 인간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머더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더봇 다이어리』는 그런 역설 속에서, 조용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진짜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