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수선전 26화까지 시청 리뷰 — 소설·애니·드라마를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유쿠 독점으로 방영 중인 《범인수선전》이 26화까지 공개되었다. 처음엔 유쿠 단독이어서 다른 플랫폼에서는 못 볼 거라 생각했는데, 대만 지역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지 넷플릭스에서도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처음에 무료 버전으로 하루에 한 편씩 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유쿠 결제를 했다. 그러나 27편부터는 방영 텀이 조금 길어져 현재 26화까지 보고난 상태다.


🎬 제작과 연출에 대한 인상

어디선가 《범인수선전》에 3D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직접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오프닝 음악의 분위기와 장면 구성, 그리고 애니에서 각색된 장면들이 상당수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을 보면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순히 분위기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장면 전환 방식이나 인물 배치, 전투 연출 등에서 애니메이션의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립을 제외하면, 주연급 인물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자주 등장하지 않아 한립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얼굴을 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소설과 달리 남궁완, 진교천, 묵채환, 귀령문 소주 왕선 같은 주요 인물들을 곳곳에 미리 배치해, 시청자가 이들의 얼굴을 계속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극의 흐름 속에서 이들이 잊히지 않고 꾸준히 존재감을 발휘하며, 칠문파 4명의 장로들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어 이야기의 무게감을 한층 높여준다.

 

원래 드라마 분량은 더 길었으나, 30편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일부 장면이 설명 없이 생략된 흔적이 보인다. 인물 간의 관계나 사건의 전개가 갑작스럽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 원작이나 애니를 본 시청자가 아니라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CG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준수한 편이다. 특히 뱀, 멧돼지, 사마귀 같은 요수의 움직임과 질감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몰입감을 높인다.

 

반면 검이나 배와 같은 소품은 배경과의 조화가 부족해 종종 이질감이 느껴진다. 또한 사람이 타고 이동하는 장면의 경우, 움직임이 다소 정적이고 부자연스러워 세트장에서 촬영한 티가 나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전체적으로는 장점이 많은 편이지만, 이 부분만 개선되면 더욱 완성도 높은 화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내용과 전개 방식

원작 소설에서는 사건이 예고 없이 터지고, 전개가 숨 돌릴 틈 없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잦다. 특히 한립의 수련 단계에서는 상위 수련자들의 움직임이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독자는 주인공 한립과 함께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사건에 휩쓸리게 되고, 그로 인해 몰입도와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전개 방식을 다소 완화해, 전체적인 상황과 각 세력의 움직임을 미리 보여주는 연출을 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복잡한 인물 관계나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반대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서사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드라마의 이러한 연출이 오히려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아귀가 딱 들어맞는 느낌을 주어, 전체 완성도를 더 높여주는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드라마는 원작의 급박함을 일부 희생하는 대신, 서사 구조의 이해도와 완결성을 강화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 주요 전투씬 씬과 한립의 여정 그리고 보물

태남삼곡 — 한립 vs 청문회 일원 3명
한립이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신념을 굳히게 된 전투. 묵대부와의 일전 후 위기 상황을 간신히 돌파한다. 결론은 하나 — 빨리 문파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


황풍곡 — 진교천을 해고하려는 육명원과의 대결, 한립 vs 육명원
한립은 할 때는 하는 인물이다. 깔끔하게 처리하고 보물은 반드시 챙긴다. 이곳은 진교천의 첫 망진단 준다. 펼쳐진 장소이기도 하다.


혈색금지 — 다보녀와의 전투, 봉악과의 일전, 2급 요수 묵교 격파(남궁완 합세)

  • 뜨개질 실 획득
  • 다보녀에게서 보물 득 봉악이 도와주긴 했지만
  • 실력 우위는 봉악 쪽. 봉악과의 전투에서 한립은 ‘천뢰자’의 맛을 알아버린다. 덤으로 신발도 주워서 챙김.
  • 진교천의 두 번째 망진단 여기서 준다. (제발 기억하지 말자…)
  • 남궁완과의 합격씬에선 부보(法寶) 콤비 플레이가 인상적. 이후 2급 요수가 이어준 러브씬.

괴뢰전 — 엽사숙과 괴뢰 무리와의 격돌
한립의 신식을 넓혀주는 공법을 획득. 덤으로 괴뢰들이 딸려온다.


연가보 — 탈출 과정에서 왕선과의 전투
살아남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 묵교의 독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결론: 보물은 많을수록 좋다.


연가광산 — 칠대문파 소속 광산, 축기 후기 두 명과의 속고 속이는 전투
마도육종과의 전투 속에서도 오직 자신들 이익만 챙기려는 축기 후기의 지수 둘과 심리전을 벌인다. 여기에 요수 거미까지, 사실상 1대3 상황.
하지만 믿을 건 자기뿐. 앞으로의 성장 과정에서 수없이 겪게 될 루트다.

“자네 신식이 높군.”
“자네 수위보타 실력이 대단하네.”
“진법도 잘 아는군.”
이러면서 보물 찾으러 가자고 하는 인간들이 줄줄이 몰려올 터. 그때마다 물리치고 모든 걸 차지하는 한립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연기광산에서도 한립은 진교천을 구하며 또 망진단을 준다.


경성 — 흑살교와의 전투
한립의 최대 실력이 발휘된 전투. 같은 수위의 상대를 뛰어넘는 전투력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이 전투 후 한립은 축기 후기를 달성하고, 오행단현음 무공을 얻는다.


가원성 인근 — 요수 사마귀와의 전투
곡혹을 데리고 오면서 결단수선자의 요수를 처치하고, 얻은 보물들을 얻는다. 여기서는 한립이 벌레 키우기위한 기초지식의 책을 얻는다. 


🏃도망가는 기술

여러 선협물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진리 중 하나가 바로 강자를 만났을 때의 필수 선택지—도망이다.
한립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도망칠 땐 확실하게 도망친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도망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하루이틀이 아니라, 몇 달, 심지어 몇 년씩 추격을 피해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안 죽으려면 도망이야말로 최고의 무기다. 세상에는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도망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익혀야 한다’는 것이 철칙이다. 묵대부가 마지막에 남긴 대사에서도, 이런 철칙이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은신과 흔적지우기도 포함된다.


🏞 배경과 무대 연출

선인들이 거주하는 문파나 주요 거점이라 하면, 보통은 높은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장대한 전각과 웅장한 경관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의외로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요 장면의 배경은 들판이나 야외가 많으며, 황풍곡조차도 평지에 위치한 듯한 느낌을 준다. 다른 문파들의 거점은 아예 등장하지 않아서 더욱 대비가 된다. 그나마 엄월종의 떠 있는 섬이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화려한 전각보다는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합한종의 운로가 머무는 장소가 등장했을 때, 비로소 ‘천연환경 그대로가 곧 집’이라는 설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장야 감독 특유의 자연 배경 활용은 분명 뛰어나지만, 소설,웹툰,애니에서 화려한 전경과 비교해 본 적이 있다면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적응되어, “이 작품의 색깔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축기 단계에 오르면 기(氣)로 비를 막을 수 있다고 의례 생각했는데, 드라마 속 축기수사들이 여전히 우산을 쓰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연출적 선택이거나, 시각적인 요소를 위해 일부러 설정을 단순화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다른 선협물에서의 설정과 혼동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작은 차이들이 눈에 들어오긴 했다.


🔮 앞으로 기대되는 장면

아직 방영되지는 않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홍불·이화원 vs 귀령문의 전투, 그리고 합한종 문주 운로·홍불·이화원 사이의 마지막 대결은 1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만한 명장면이 될 것이다.

애니에서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땐 소설 원작 내용인 줄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이후 각색임을 알았지만, 연출이 드라마틱해서 매우 인상 깊었다. 드라마에서도 이 장면이 잘 재현되기를 바란다.


💬 총평

범인수선전은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적절히 차용하면서도, 드라마만의 해석을 더해 시청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준다. 일부 배경 연출과 세트의 한계, 압축된 전개로 인한 생략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전투 장면과 캐릭터 간의 관계 묘사는 흥미롭게 풀어냈다.

26화까지의 전개만 놓고 보면, 남은 에피소드가 더욱 기대된다. 특히 후반부의 핵심 전투와 감정선이 어떻게 표현될지, 애니에서의 감동을 드라마가 어떻게 재현할지가 관전 포인트다.